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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특공제 폐지①]10년 넘게 버텼던 강남 집주인들이 왜 지금 팔기 시작했을까

tdsmoney 2026. 4. 26. 08:25

한때는 버티는 게 답이었습니다. 강남 아파트를 오래 들고 있을수록 세금도 줄고 시세 차익도 커지는 구조였거든요. 시세차익에 차이는 있겠지만 강남 아파트 뿐만 아니라 서울 아파트는 대부분 그랬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그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10년, 20년 넘게 강남 집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슬그머니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 겁니다. 정부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폐지 결정을 조금씩 시장에 흘리면서 아파트를 오래 가지고 있으면 세금을 부여하겠다 은근슬쩍 경고했거든요. 

 

시장은 바짝 얼었습니다. 올해 1분기 강남3구에서 집을 판 사람 중 10년 넘게 보유하던 장기보유자 비중이 43.8%였습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오래 들고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얘기죠. 2023년만 해도 이 비율은 20%대였습니다. 불과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뛴 겁니다. 

 

10년 넘게 버텼던 강남 집주인들이 왜 지금 팔기 시작했을까
10년 넘게 버텼던 강남 집주인들이 왜 지금 팔기 시작했을까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예고, 오래 들고 있을수록 세금이 늘어나는 시대가 온다

 

이 움직임의 출발점은 올해 1월 23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가 투자·투기 목적으로 집을 들고 있으면서 장기보유를 이유로 세금 감면을 받는 건 이상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한 마디가 강남 장기보유자들을 움직이게 만든 신호탄이었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줄여서 장특공제는 집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제도입니다. 지금은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을 합산해 최대 80%까지 공제가 가능합니다. 10년 넘게 들고 있으면 그만큼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거든요. 강남처럼 시세 차익이 큰 지역일수록 이 혜택이 실질적으로 크게 작용합니다. 10억 차익에 80% 공제면 세금 부담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런데 이 대통령이 비거주 보유자에 대한 장특공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향을 시사하면서 계산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오래 들고 있으면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였는데, 앞으로는 오래 들고 있어도 거주하지 않으면 혜택이 사라지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거거든요. 강남 장기보유자들 입장에서는 지금 파는 게 나중에 파는 것보다 세금이 적게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서기 시작한 겁니다.

 

10년 넘게 버텼던 강남 집주인들이 왜 지금 팔기 시작했을까
10년 넘게 버텼던 강남 집주인들이 왜 지금 팔기 시작했을까

2023년 20%대에서 2026년 44%로, 강남 장기보유 매도 비중이 급증한 흐름 읽기

이 흐름이 갑작스러운 건 아닙니다. 데이터를 보면 2023년부터 조금씩 신호가 있었습니다. 2023년 25.7%였던 강남3구 장기보유 매도 비중은 2024년 28.4%, 2025년 32.8%로 꾸준히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1분기 43.8%로 급등했습니다.

 

보유 기간별로 보면 10년 초과 15년 이하가 18.23%로 가장 많습니다. 20년 초과가 15.92%, 15년 초과 20년 이하가 9.65%로 뒤를 잇습니다. 가장 오래 들고 있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이들이 집을 사들인 시점은 대략 2006년에서 2016년 사이입니다. 강남 집값이 지금의 절반도 안 되던 시절이죠. 시세 차익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람들입니다.

 

서울 전체로 봐도 같은 흐름입니다. 올해 1~3월 서울 집합건물 매도자 중 10년 초과 보유자 비중은 36.4%로 전년 동기 32.8%보다 3.6%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강남3구가 유독 높은 건 시세 차익이 크기 때문에 장특공제 혜택도 크고, 그만큼 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10년 넘게 버텼던 강남 집주인들이 왜 지금 팔기 시작했을까
10년 넘게 버텼던 강남 집주인들이 왜 지금 팔기 시작했을까

 

장특공제 축소 시행 전 매물 증가, 시행 후엔 오히려 매물이 잠길 거라고?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선제적 매도입니다. 제도가 바뀌기 전에 혜택이 남아있을 때 팔겠다는 움직임이죠. 이 흐름은 장특공제 개편이 구체화될수록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역설적인 상황이 생깁니다. 제도 시행 직전까지는 매물이 늘어나지만, 시행 이후에는 반대로 매물이 잠길 수 있다는 겁니다. 장특공제 혜택이 줄어들면 팔아도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 되거든요. 차라리 계속 들고 있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서는 거죠. 매물을 늘리려는 정책이 오히려 매물 잠김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호는 유지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방침입니다. 비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줄이고 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한다는 거죠. 그런데 거주 기간 공제율을 최대 80%로 조정하는 보완책이 함께 가지 않으면 실거주자도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강남에서 벌어지는 장기보유자들의 매도 움직임은 단순한 시장 변화가 아닙니다. 정책 방향을 먼저 읽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장특공제 개편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확정되느냐에 따라 강남 아파트 시장의 매물 흐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강남 아파트를 보유 중이라면, 그리고 거주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이 세무사와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할 타이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