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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체크

[소셜믹스 옹호론]같은 단지에 살면 같은 권리다, 20년이 증명한 것들

[소셜믹스 옹호론]같은 단지에 살면 같은 권리다, 20년이 증명한 것들
[소셜믹스 옹호론]같은 단지에 살면 같은 권리다, 20년이 증명한 것들

 

2006년부터 시작된 소셜믹스가 20년을 넘겼습니다. 2024년 말 기준 SH공사가 관리하는 758개 단지 중 448곳, 59%가 소셜믹스 단지입니다. 가구 수로는 8만 2392가구, 전체 26만 가구의 31%입니다. 임대아파트를 따로 모아두면 낙인 효과가 생기고 저소득층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제도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의 방향은 맞습니다. 문제는 제도가 절반만 완성됐다는 겁니다. 물리적으로는 섞어놨는데 권리는 여전히 나눠져 있거든요. 이 글에서는 소셜믹스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임차인 의사결정권이 왜 제도의 완성에 필수적인지를 정리합니다.


소셜믹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임대아파트 집중이 만드는 문제들

소셜믹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임대아파트 집중이 만드는 문제들
소셜믹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임대아파트 집중이 만드는 문제들

소셜믹스 이전을 먼저 봐야 합니다. 1990년대까지 영구임대주택은 강서구, 노원구, 강남구 등 택지개발지구에 집중 건설됐습니다. 소형평형 위주의 임대주택이 한 지역에 몰리면서 저소득층 집단화 문제가 생겼습니다. 특정 지역이 임대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낙인찍히면 그 지역 전체의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고, 거주자들은 사회적 차별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소셜믹스는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이었습니다. 분양세대와 임대세대를 같은 단지에 배치해 물리적 혼합을 이루면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 이미지를 줄이고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였거든요. 실제로 소셜믹스 도입 이후 임대아파트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은 완화됐습니다. 강남이나 마포 같은 선호 지역에도 공공임대가 공급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저소득층 입장에서도 혜택이 분명합니다. 시세보다 훨씬 낮은 임대료로 좋은 입지에 거주할 수 있게 됐거든요. 교육 환경이 좋은 지역에 자녀를 키울 수 있고, 직주근접이 가능해지면서 실질적인 삶의 질이 올라갑니다. 이 혜택은 소셜믹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제도의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물리적으로 섞어놨는데 권리는 나눠져 있다, 반쪽짜리 통합의 현실

소셜믹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임대아파트 집중이 만드는 문제들
소셜믹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임대아파트 집중이 만드는 문제들

 

소셜믹스의 취지는 사회적 통합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물리적 혼합에 그치고 있습니다. 같은 단지에 살면서 관리비는 함께 내는데 의사결정에서는 배제되는 구조가 20년째 이어지고 있거든요.

 

공동주택관리법상 사용자 정의에서 임차인이 빠져 있습니다. 단지 관리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임차인은 참여할 수 없습니다. 관리비 부과 기준을 정하는 자리에도, 공동시설 이용 규칙을 만드는 자리에도 임차인의 목소리는 제도적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돈은 내고 발언권은 없는 구조입니다.

한 단지에 두 개의 관리 규약이 존재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공공주택특별법,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따로따로 적용되면서 관리비 기준이 상이하거나 적용이 어려운 사항이 생깁니다. 이 혼란이 분양세대와 임대세대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소셜믹스가 진짜 사회적 통합을 이루려면 물리적 혼합을 넘어 제도적 혼합까지 가야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비용을 부담하는 거주자라면 그 공간의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발언권은 보장돼야 합니다. 이건 혜택의 문제가 아니라 거주자로서의 권리의 문제입니다.


임차인 의사결정권 확대, 갈등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소셜믹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임대아파트 집중이 만드는 문제들
소셜믹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임대아파트 집중이 만드는 문제들

 

임차인 의사결정권 확대에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가 이겁니다. 시세 다 주고 산 분양세대와 보조금 받고 싸게 사는 임차인이 동등한 발언권을 가져야 하냐는 거죠. 얼핏 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그런데 이 논리를 끝까지 따라가면 문제가 생깁니다.

 

임차인이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면 갈등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납니다. 자신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박탈감이 불만으로 쌓이거든요. 엘리베이터 이용 제한, 커뮤니티 시설 차별, 관리비 불투명한 부과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는 이유가 바로 임차인이 이의를 제기할 공식적인 통로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면 책임감도 생깁니다. 자신이 결정에 참여한 사항에 대해서는 수용성이 높아지거든요. 관리비 사용 내역을 함께 논의하고, 공동시설 이용 규칙을 함께 만들면 그 규칙을 지킬 이유도 생깁니다. 참여가 갈등을 만드는 게 아니라 배제가 갈등을 만드는 겁니다.

 

소셜믹스 20년의 교훈은 하나입니다. 섞어놓는 것만으로는 통합이 안 된다는 겁니다. 같은 단지에 살면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혜택을 받는다는 이유로 거주자로서의 기본 권리까지 제한하는 건 소셜믹스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겁니다. 임차인 의사결정권 확대는 소셜믹스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