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데드라인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시장에 급매가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5월 9일 유예가 종료되자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매물이 8만 건 넘게 쌓였다가 다시 7만 건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이 급격한 변화 속에서 시장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데이터로 정리합니다.

급매가 쏟아진 이유, 양도세 데드라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이후 서울 전역에서 집을 팔겠다고 내놓은 물건이 5만 6,219건에서 7만 6,631건으로 확대됐습니다. 불과 두 달 남짓 만에 매물이 2만 건 이상 늘어난 겁니다.
왜 이렇게 매물이 쏟아졌을까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핵심입니다. 유예가 끝나면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더해집니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최고 세 부담은 82.5%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습니다. 5월 9일 이전에 잔금을 치르면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계산에 다주택자들이 한꺼번에 움직인 겁니다.
지역별 온도 차가 극명했습니다. 성동구 아파트 매물은 1,212건에서 2,255건으로 86% 급증했지만 중랑구는 1,897건에서 1,939건으로 2.2% 증가에 그쳤습니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강동구 72.1%, 송파구 67.6%, 동작구 62.9%, 마포구 56.4%가 뒤를 이었습니다. 한강벨트 위주로 매물 증가가 두드러졌고 중랑구, 강북구, 금천구 등은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습니다.
급매 거래가 늘었다는 것의 의미
매물이 늘자 거래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4월 계약분 가운데 39.6%는 직전 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강남구에서는 4월 신고분의 58.87%가 직전 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습니다.
강남구 아파트 절반 이상이 직전 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다는 건 강남권에서 실질적인 가격 하락이 진행됐다는 의미입니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거래를 서두른 결과입니다.
그러나 서울 전체가 약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고가주택 밀집 지역은 가격 하락으로 돌아선 반면, 중저가 아파트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공급보다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시장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5월 9일 이후,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5월 9일 이후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7일 기준 6만 9,55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3월 8만 80건까지 늘었던 매물이 한 달 반 사이 1만 건 넘게 감소했습니다.
매물이 줄어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금 회피 목적의 급매가 소화된 뒤에는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증여·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과세 유예 종료 이후 다주택자들이 더 이상 싸게 팔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팔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이 오고 있습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처분하면서 전세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임대 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7일 기준 3만 1,095건으로 연초 대비 30.1% 감소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3% 상승했습니다. 다주택자 매물이 매매 시장에서 소화되면서 임대 공급이 줄고 전세 시장이 불안해지는 구조입니다.
지금 나오는 급매, 기회일까 함정일까
급매가 쏟아졌다가 빠르게 줄어드는 이 국면에서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판단해야 할 기준이 있습니다.
실거래가 확인이 먼저입니다. 급매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실거래가 대비 얼마나 저렴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최근 3개월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급매 호가가 합리적인 수준인지 따져야 합니다. 4월에 강남구에서 직전 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팔린 거래가 58.87%였다는 것은 일부 단지에서 실질적인 가격 조정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급하게 처분한 매물이 시세를 일시적으로 끌어내린 것일 수 있습니다. 급매가 소화된 이후 가격이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휘둘리지 않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지역 선택이 핵심입니다. 강남권 급매가 나온다고 해서 모든 강남권 아파트가 싸진 게 아닙니다. 단지별, 층별, 면적별로 가격 차이가 큽니다. 강남3구와 용산구 매물 증가 건수를 합하면 약 9,000건으로 송파구 헬리오시티급 물량과 맞먹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물량이 어느 단지에 집중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매 접근의 출발점입니다.
전세 시장 변화를 함께 봐야 합니다. 매매 급매가 소화되면서 전세 공급이 줄고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올라가는 지역은 매매 가격의 하방 지지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세 수요가 약한 지역은 매매 가격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5월 9일 이후 시장의 세 가지 변수
급매 국면이 일단락된 지금 앞으로 시장을 가를 변수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매물 잠김 여부입니다. 다주택자들이 중과세를 피해 팔 수 있는 기회가 닫혔습니다. 이제는 증여나 보유를 선택하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매물이 줄면 가격 하방 압력이 약해집니다.
둘째는 전세 시장 불안입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신규 주택 공급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임대 물량마저 감소하며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세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 전세가가 오르고 이는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 됩니다.
셋째는 금리와 대출 규제입니다. 금리와 대출 규제, 세제 개편 방향도 하반기 가격 흐름을 가를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금리 인하 신호가 오면 억눌렸던 매수 심리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지금 움직여야 하는 사람과 기다려야 하는 사람
지금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실거주 목적으로 관심 단지의 급매가 실거래가 대비 5~10% 이상 낮게 나온 경우입니다. 매물 잠김이 시작되면 이런 가격에 나오는 물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단 DSR 계산을 먼저 해서 대출 한도 안에서 상환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기다리는 것이 나은 상황도 있습니다. 투자 목적으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경우입니다. 급매가 소화된 이후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아직 불확실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승과 안정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하반기 금리 방향과 공급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이후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급매는 사라졌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급매가 기회냐 함정이냐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으로 움직이는지를 먼저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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