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를 높이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무주택자들이 이 논리에 공감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명분으로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 데이터를 보면 이 주장에 세 가지 구조적 허점이 있습니다. 구호가 아니라 데이터로 짚어봅니다.

반론 1. 보유세 폭등이 실제로 부른 것은 월세 인상이었다
보유세를 높이면 집주인이 부담을 지고 무주택 세입자가 혜택을 받는다는 논리가 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 그 비용을 누가 지불했는지를 통계로 확인해야 합니다.
2020년 7.10 대책 이후 종부세율이 최고 6%까지 치솟자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2021년 한 해에만 약 12% 폭등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입니다.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임대료 인상으로 세입자에게 전가한 것입니다.
이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조세 전가입니다. 세금을 누구에게 부과하느냐와 실제로 누가 부담하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증세라는 명분은 화려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임대료 인상을 통한 세입자 부담 증가로 귀결됐습니다. 부자 증세가 서민 월세 인상으로 이어진 구조입니다.
반론 2. 보유세 높이면 집 판다는 주장은 양도세를 무시한 결론이다
보유세를 높이면 다주택자가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양도세라는 변수를 무시한 결론입니다.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인상이 겹쳤던 2020~2021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반면 증여 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약 14.2%였습니다. 팔면 양도세로 상당 부분을 납부해야 하니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대신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장 공급은 줄어들고 희소성 때문에 집값은 하방 경직성을 띠며 요지부동이 됐습니다. 보유세 인상이 매물 유도가 아니라 공급 절벽을 초래한 사례입니다. 의도와 결과가 정반대로 간 대표적 정책 실패입니다.

반론 3. 글로벌 스탠다드 비교는 반쪽짜리다
보유세 인상 논거로 해외 사례가 자주 인용됩니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보유세율이 1~2%대로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비교는 반쪽짜리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보유세율이 높은 대신 거래세인 취득세와 양도세 비중이 한국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한국은 취득, 보유, 양도 단계별 세금이 모두 높은 사실상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구조입니다. 이 구조에서 보유세만 추가로 높이는 것은 시장의 순환을 더 막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나가는 문인 양도세는 높게 닫아놓은 채 있는 비용인 보유세만 높이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매물이 줄어들고 공급이 감소하면 집값은 오히려 오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하려면 보유세만이 아니라 전체 세금 구조를 함께 봐야 합니다.
데이터가 말하는 현실적 정책 방향
보유세 인상 자체가 잘못된 방향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세금 구조에서 보유세만 단독으로 높이는 것은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데이터가 제시하는 방향은 다릅니다. 거래세인 취득세와 양도세를 과감히 낮춰 시장 순환을 활성화하고 보유세는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나가는 문을 열어야 들어오는 문도 열립니다. 매도가 쉬워져야 매물이 늘어나고 공급이 늘어야 집값이 안정됩니다.
정책은 명분이 아니라 공급과 수요의 함수로 풀어야 합니다. 2020~2021년 데이터는 이미 한 번 이 교훈을 보여줬습니다. 같은 구조를 반복하면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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