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전세 사기 피해자가 누적 3만 7,000명에 육박했습니다. 서울 곳곳에서 입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임차인들의 불안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물량이 늘었다고 안전한 매물이 늘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세 사기 수법은 예전보다 훨씬 교묘해졌습니다. 잔금 직전 집주인이 기습적으로 대출을 받거나, 등기부에 나오지 않는 세금 체납이 숨어 있거나, 신탁 등기 주택에서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등기부등본 하나 확인하고 부동산 설명만 듣고 계약하던 시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세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위험 요소 3가지와 계약서에 넣어야 할 특약 문구, 그리고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절차를 정리합니다.

왜 물량이 늘어도 안전한 전세는 없나
서울 전세 시장은 단순히 공급량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안전한 매물과 위험한 매물의 격차가 벌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신축, 역세권, 학군지 중심의 매물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합니다. 반면 권리 관계가 복잡하거나 보증금 회수 위험이 있는 매물은 시장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물량이 많아졌다는 말이 좋은 매물이 많아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위험한 매물이 함께 섞여 나오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보증보험 가입 여부만 봐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보증보험이 되지 않는 주택은 공시가격 대비 채권 규모가 과도하거나 보증금 회수 구조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매물은 조금 불안하지만 괜찮겠지라고 밀어붙일 성격이 아닙니다. 보증보험이 안 되는 주택은 계약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위험 1. 잔금 당일 기습 대출, 이 특약으로 막아라
전세 사고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패턴입니다.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넣은 뒤 잔금만 남겨둔 사이 집주인이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아버리는 경우입니다.
임차인의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부터 생깁니다. 그러나 은행의 근저당권은 설정 당일 곧바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짧은 틈을 노리면 임차인 보증금보다 은행 채권이 먼저 앞순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내 보증금 위에 남의 빚이 먼저 올라타는 구조입니다.
잔금을 제때 넣는다고 안전한 계약이 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다음 내용을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특약 문구 예시: "임대인은 잔금 지급일 이후 본 계약 기간 중 임차 목적물에 대한 신규 근저당 설정, 담보대출 실행, 가압류 및 압류 등 일체의 권리 변동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임차인은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임대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한다."
단순히 추가 대출을 하지 않는다는 수준으로는 부족합니다. 위반 시 계약 해제와 계약금 배액 배상이라는 내용이 들어가야 억제력이 생깁니다. 책임이 빠진 특약은 종이 위 문장에 그칩니다.
잔금 당일에는 등기부등본을 다시 한번 발급해 잔금 직전까지 권리관계가 변동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잔금 지급과 전입신고, 확정일자 취득을 같은 날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위험 2. 등기부에 안 나오는 세금 체납, 이렇게 확인해라
등기부등본이 깨끗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당해세는 등기부에 드러나지 않아도 보증금보다 먼저 변제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내지 않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이 국가 채권으로 우선 변제되면 임차인은 그 뒤에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내 보증금이 남의 세금을 메우는 데 먼저 쓰이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전세 사기 피해자 중 상당수가 등기부는 깨끗했는데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입니다.
확인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임대인에게 국세 완납증명서와 지방세 납세증명서 제출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잔금 시점에 최근 발급본을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는 계약서에 다음 특약을 넣는 것입니다.
특약 문구 예시: "임대인은 본 계약 체결일 현재 국세 및 지방세 체납 사실이 없음을 확인하며, 잔금 지급 전까지 완납증명서를 임차인에게 제시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체납 증명서 제출을 거부하는 임대인과의 계약은 재검토해야 합니다.
위험 3. 신탁 등기 주택,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등기부에 신탁이 기재된 주택은 권리 구조가 일반 전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신탁 등기 주택은 수탁자의 동의 없이 체결된 임대차 계약이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집주인과 계약서를 썼는데 나중에 계약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보증금 반환 청구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신탁 주택 계약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신탁원부 확인입니다. 등기소에서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수탁자가 누구인지, 임대차 계약에 수탁자 동의가 필요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는 수탁자의 동의서 또는 승낙서를 받는 것입니다. 수탁자 동의 없이 계약한 경우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다음 특약을 넣어야 합니다.
특약 문구 예시: "본 임대차 계약은 신탁원부상 수탁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며, 수탁자의 동의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본 계약은 무효로 하고 임대인은 계약금을 즉시 반환한다."
가등기가 설정된 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실행하면 임차인의 권리가 소멸할 수 있습니다. 가등기가 있는 주택은 계약을 피하거나 가등기 말소를 잔금 전 조건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전세 계약 전 체크리스트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할 항목들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첫째는 등기부등본 확인입니다. 계약 당일 최신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근저당권, 가압류, 가처분, 신탁, 가등기 여부를 확인합니다. 을구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둘째는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확인입니다.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주택인지 사전에 확인합니다. 보증보험이 안 되는 주택은 계약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셋째는 세금 체납 확인입니다. 임대인에게 국세 완납증명서와 지방세 납세증명서 제출을 요청합니다. 제출을 거부하면 계약을 피합니다.
넷째는 실제 소유자 확인입니다. 등기부등본의 소유자와 계약 당사자가 일치하는지 신분증으로 확인합니다. 대리인이 나오는 경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확인합니다.
다섯째는 특약 작성입니다. 잔금 후 신규 담보대출 금지, 세금 체납 없음 확인, 위반 시 계약 해제와 배액 배상 조항을 계약서에 반드시 포함합니다.
여섯째는 잔금 당일 재확인입니다. 잔금 지급 직전에 등기부등본을 다시 발급해 권리관계 변동 여부를 확인합니다. 잔금 지급, 전입신고, 확정일자 취득을 같은 날 진행합니다.
안심할 수 없는 전세 시장, 계약서가 유일한 방어막이다
전세 시장에서 좋아 보이는 집이 반드시 안전한 계약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조금 평범해 보여도 권리 관계가 깔끔하고 특약이 잘 설계된 매물이 훨씬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2026년 서울 전세 시장의 진짜 싸움은 집의 총량이 아니라 내 보증금을 지켜줄 수 있는 매물을 골라내는 데 있습니다. 물량이 늘었다는 뉴스에 안심하기보다 계약서에 어떤 방어막을 넣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문장을 넣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손해를 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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