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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체크

2800만명이 들고 있지만 당첨은 수백명…청약통장 계속 넣어야 할까

2,800만 명이 들고 있는데 당첨되는 사람은 수백 명뿐인 제도가 있습니다. 청약통장 얘기입니다. 경제활동인구 거의 전부가 통장을 쥐고 있는 셈인데 수도권 인기 단지 평균 경쟁률은 수백 대 일을 훌쩍 넘긴 지 오래입니다. 복권이랑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딱히 반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통장은 원래 서민의 내 집 마련 사다리로 1977년에 태어났습니다. 꾸준히 저축하면 순서대로 새 아파트를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수도권 전용 84㎡ 분양가는 평균 8억~9억 원대입니다. 10년 전 같은 면적 분양가가 4억~5억 원이었으니 한 세대도 안 돼 두 배가 뛰어오른 셈입니다. 사다리가 사라진 게 아니라 사다리 꼭대기가 구름 위로 올라가버린 겁니다.

 

통계청 기준 2024년 20대 평균 월급은 약 270만 원 수준입니다. 밥 먹고 교통비 내고 나면 월 100만 원 저축도 빠듯한 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악착같이 모아 1억을 쥐는 데 3년은 족히 걸리는 셈인데 분양가는 이미 8억~9억 원대를 찍었으니 청약에 당첨된다 한들 그다음이 더 문제입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4%대 기준으로 5억 원을 30년 원리금 균등 상환하면 매달 약 240만 원이 나갑니다. 세후 월급 300만 원짜리 직장인이라면 대출 갚고 나면 생활비가 60만 원밖에 안 남는다는 얘기입니다. 당첨이 끝이 아니라 당첨이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인 셈입니다.

 

2800만명이 들고 있지만 당첨은 수백명…청약통장 계속 넣어야 할까
2800만명이 들고 있지만 당첨은 수백명…청약통장 계속 넣어야 할까


청약통장 경쟁률, 복권과 뭐가 다른가

수도권 인기 단지 청약 경쟁률은 어느 수준일까요. 2024년 서울 주요 단지 기준으로 전용 84㎡ 일반공급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을 넘기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2024년 서초구 한 단지의 경우 일반공급 1가구에 1,000명 이상이 몰렸습니다. 청약 가점 만점에 가까운 사람도 당첨을 장담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추첨제 물량이 있는 단지는 가점과 무관하게 당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 인기 단지의 추첨제 물량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고, 추첨제도 수백 명이 경쟁하는 구조입니다. 2,800만 명이 통장을 들고 수백 장의 당첨 티켓을 기다리는 구조입니다.


분양가는 왜 인구가 줄어도 안 내려오나

분양가가 내려오지 않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분양가를 구성하는 세 축인 공사비, 토지비, 인건비가 동시에 올랐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대비 2024년 기준으로 약 30% 이상 올랐습니다. 철근과 시멘트 같은 주요 자재값은 물론 건설 노무비도 같은 기간 20% 넘게 뛰었습니다. 수도권 공공택지 감정가도 5년 새 두 배 가까이 오른 곳이 수두룩합니다.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가를 낮추면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됐습니다.

 

2024년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가구를 넘어섰는데도 분양가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미분양이 쌓이면 가격을 낮춰 팔아야 할 것 같지만 건설사들은 할인 분양 대신 사업을 아예 멈추는 방식으로 버팁니다. 공급을 조절해서 기존 분양가 라인을 지키는 가격 방어전입니다. 건설사가 분양가를 낮추는 순간 이미 계약을 마친 수분양자들의 집단 반발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2022년 한 건설사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할인 분양을 시도했다가 기존 계약자들의 집단 계약 해지로 더 큰 손실을 입은 일이 있었습니다.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가 없는 분양가 하방 경직성에 갇혀 있는 구조입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 청약이 손해가 되는 시대

한때 청약의 핵심 매력은 분양 프리미엄이었습니다. 청약 당첨 후 입주 전까지 웃돈을 받고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청약을 로또처럼 여기게 했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2023~2024년 대구와 인천 일부 단지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현실이 됐습니다.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아져서 당첨됐어도 오히려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구의 경우 2024년 상반기 기준 일부 단지에서 분양가 대비 5,000만~1억 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고 계약 포기율이 30%를 넘긴 단지도 나왔습니다. 아껴 쓰던 청약통장을 썼는데 결과가 손실이라면 그 통장을 계속 유지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인지 의문이 드는 상황입니다.

 

초저출산으로 통계청은 2072년 한국 인구가 3,600만 명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 5,100만 명대에서 약 50년 만에 30% 가까이 줄어드는 건데 이는 주택 수요 감소로 직결됩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전국 빈집은 약 151만 채로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도 전국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매년 수십만 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줄고 빈집은 늘어나는데 신규 공급은 멈추지 않는 구조입니다. 지금 청약통장을 쥔 2030세대가 실제로 내 집을 마련할 시점에는 주택 시장의 구조 자체가 지금과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24년 3.3㎡당 4,000만 원을 넘어서며 5년 전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집이 거주 공간이 아니라 자산 증식 수단으로 굳어진 이상 분양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청약통장의 금리는 최고 연 3.1%로 시중 예금 상품과 비교해 경쟁력이 크게 높지 않습니다. 당첨 가능성과 기회비용까지 함께 따져보면 무조건 유지가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청약통장 유지가 유리한 경우

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본인 상황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집니다.

 

유지가 유리한 경우입니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가점이 높아집니다. 가점 40점 이상이라면 수도권 일반공급에서 당첨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존재합니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 최대 32점, 부양가족 수 최대 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최대 17점으로 구성됩니다. 만점은 84점입니다.

 

신생아 특례,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 대상자라면 일반공급보다 경쟁이 낮은 별도 트랙이 있습니다. 이 경우 청약통장은 여전히 유효한 수단입니다. 납입 금액이 이미 상당히 쌓인 경우도 해지보다 유지가 낫습니다. 해지하면 그동안 쌓은 납입 인정 횟수와 가점이 모두 사라집니다.


청약통장 해지를 고려할 수 있는 경우

가점이 낮고 추첨제 물량이 적은 지역에 거주한다면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복권 수준입니다. 납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쌓인 가점이 거의 없는 경우, 그 자금을 다른 금융 상품에 운용하는 것이 기회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지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본인의 현재 청약 가점을 청약홈에서 직접 계산해보는 것입니다. 가점이 생각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약홈 접속 후 청약 가점 계산기에서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가입 기간을 입력하면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800만명이 들고 있지만 당첨은 수백명…청약통장 계속 넣어야 할까
2800만명이 들고 있지만 당첨은 수백명…청약통장 계속 넣어야 할까

 


결론, 가점부터 먼저 확인해라

가점 40점 이상이거나 특별공급 자격이 있다면 유지하는 것이 맞습니다. 가점이 낮고 특별공급 자격도 없다면 해지보다는 최소 납입액인 월 2만 원으로 유지하면서 가점을 쌓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청약통장을 완전히 버리기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지금 당장 청약홈에서 내 가점이 몇 점인지 확인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 숫자 하나가 유지와 해지의 판단 기준이 됩니다. 무조건 넣거나 무조건 빼는 것보다 내 가점과 특별공급 자격을 확인하고 결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