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동산 체크

한강변 60층 시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걸까요

 

서울 한강변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압구정, 성수, 여의도를 중심으로 60층을 넘는 초고층 재건축이 줄줄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높은 층수, 탁 트인 한강 뷰, 희소성. 언뜻 보면 높을수록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조합원 입장에서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층수가 올라갈수록 분담금이 오르고,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관리비가 높아집니다. 이 글에서는 초고층 재건축이 조합원에게 실제로 득인지 실인지를 분담금, 거주 품질, 자산 가치 세 가지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한강변 60층 시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걸까요
한강변 60층 시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걸까요


층수가 올라갈수록 분담금도 올라간다, 50층 넘으면 규제부터 달라진다

초고층 아파트는 짓는 데 돈이 많이 듭니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조합원 입장에서 이게 얼마나 직접적인 문제인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건축법상 50층 이상이 되면 규제가 확 달라집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해야 하고, 강풍과 진동을 견딜 수 있는 특수 구조 설계가 필요합니다. 높은 곳까지 자재를 운반해야 하니 공사 난이도가 올라가고 비용도 늘어납니다. 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지진·테러·해일 등에 대비한 40여 개 심의와 인허가 절차를 추가로 거쳐야 합니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가 49층에 높이 199.98m로 지어진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층 차이, 0.02m 차이로 초고층 규제를 피한 겁니다. 49층짜리 아파트가 유독 많은 이유도 같습니다.

 

이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 분담금으로 전가됩니다. 공사 기간도 문제입니다. 한강변 초고층 수주전에 나선 건설사들이 공기 단축을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지만 68층짜리 아파트를 무리하게 빨리 지으면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초고층 구조는 일반 건축물과 설계도, 시공 방법도 다릅니다.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조합원이 원하는 건 높은 층수가 아니라 낮은 분담금과 빠른 입주입니다. 층수를 올리는 게 그 두 가지 목표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초고층에 살면 생활이 달라진다, 관리비와 거주 품질의 불편한 현실

높은 층에 살면 한강이 보입니다. 탁 트인 조망, 도시 야경, 프라이버시. 초고층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장점 뒤에 따라오는 것들도 있습니다.

 

최근 지어지는 초고층 아파트는 대부분 커튼월 방식의 유리벽으로 시공됩니다. 기밀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인데 자연통풍이 어렵습니다. 환기를 위해 공조시스템, 전열교환기, 공기청정기를 상시 가동해야 하고 전기 소모가 크게 늘어납니다. 여름엔 복사열로 냉방에 의존하고 겨울엔 바람이 강해 난방비가 증가합니다. 관리비가 일반 아파트보다 높아지는 구조적인 이유입니다.

 

안전 문제도 있습니다. 화재나 지진 같은 비상 상황에서 초고층은 대피가 어렵습니다. 엘리베이터 사용이 금지되면 수십 층을 계단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지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위층 주민이 이동 수단을 잃는 고층 난민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초고층 빌딩의 미세한 흔들림을 연구한 결과도 있습니다. 초고층 건물의 장주기 진동이 거주자에게 만성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층수가 높을수록 전체 세대 중 한강 조망이 가능한 세대 비율은 높아지지만 저층 세대는 오히려 초고층 단지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인근 동에 가려 일조가 줄고,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은 길어집니다. 초고층의 혜택은 고층 세대에 집중되고 그 비용은 전체 조합원이 나눠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한강변 60층 시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걸까요
한강변 60층 시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걸까요


자산 가치는 실제로 높아지나, 한강 조망 프리미엄의 명과 암

초고층 재건축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산 가치입니다. 한강이 보이는 고층 세대는 프리미엄이 붙고 재판매 시에도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는 건 사실입니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고층은 저층보다 평균 20~30% 프리미엄이 붙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프리미엄이 모든 세대에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68층짜리 단지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자산 가치 차이는 오히려 더 극명하게 벌어집니다. 좋은 세대는 더 좋아지고 그렇지 않은 세대는 높은 분담금과 관리비만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유지보수 비용도 장기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초고층 건물은 건설과 유지에 드는 비용이 일반 건물보다 크고, 층수가 올라갈수록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입주 후 수십 년에 걸쳐 쌓이는 유지보수 비용이 자산 가치 상승분을 얼마나 상쇄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초고층 한강변 아파트가 자산 가치 측면에서 매력적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매력이 모든 조합원에게 균등하게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높은 층수를 선택하기 전에 내 세대가 그 프리미엄을 실제로 누릴 수 있는 위치인지, 분담금 증가와 관리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게 순서입니다. 한강변 60층 시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