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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체크

압구정 36억 급락이 노원·성동까지 흔드는 이유, 상급지 매물 충격의 4단계 전이 구조

숫자 하나가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전용 183㎡. 지난해 12월 128억 원에 거래됐던 이 매물이 올해 초 92억 원에 나왔습니다. 2개월 만에 36억 원이 빠진 겁니다. 같은 단지 전용 161㎡도 지난달 실거래가 89억 원에서 호가 82억 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압구정 신현대 35평은 최고가 대비 9억 원, 직전 실거래가보다 4억 원 내린 66억 원에 팔렸습니다. 이게 왜 압구정만의 이야기가 아닌지, 숫자를 따라가면 구조가 보입니다.

 


1단계. 압구정에서 매물이 터졌다

 

방아쇠는 두 가지였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공시가격 급등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월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선언하면서 강남권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18.67% 상승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2021년(19.91%)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보유세 부담이 수치로 얼마나 커졌는지 보면 명확합니다. 압구정 신현대 9차 전용 111㎡의 보유세는 지난해 1,858만 원에서 올해 2,919만 원으로 57.1% 급증할 전망입니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도 1,829만 원에서 2,855만 원으로 56.1% 오릅니다. 매년 보유세로만 3,000만 원 가까이 나가는 구조에서 매도를 고민하지 않을 다주택자가 없습니다.

 

결과는 매물 폭발로 나타났습니다. 아실 기준 3월 18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 8,077건으로 1월 5만 6,107건 대비 약 40% 증가했습니다. 강남구 매물은 1만 건에 육박하며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2단계. 강남 급매가 갈아타기 수요를 만들었다

 

압구정, 서초 매물이 쏟아지자 시장에 묘한 흐름이 생겼습니다. 강남권 급매를 잡으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이런 상황이 현장에서 직접 확인됐습니다. "강남권 급매를 매수하기 위해 기존 주택을 처분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잠실에서 계약 후 호가를 낮추겠다는 요청도 있었다"는 중개사의 말이 이 흐름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강남으로 올라가려는 사람이 기존 집을 팔려면 호가를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성동구 30평대가 직전 가격보다 5,000만 원 낮은 21억 5,000만 원에 팔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급지 급매가 중급지의 급매를 유도하는 연쇄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한 겁니다.

 


3단계. 매물 증가가 서울 전역으로 퍼졌다

 

처음에는 강남구에서 시작된 매물 증가가 빠르게 서울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아실에 따르면 1월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선언을 기점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매물이 늘어난 자치구가 불과 닷새 만에 5곳에서 14곳으로 늘었습니다. 송파 20.5%, 성동 20.5%, 광진 13.8%, 서초 12.3%, 마포 11.5% 등 한강벨트의 증가세가 컸고 도봉(3.1%), 중랑(2.9%), 노원(2.2%), 은평(1.3%)까지 외곽 지역도 상승 전환했습니다. 강남에서 시작된 매물 충격이 한강벨트를 거쳐 외곽까지 확산되는 데 걸린 시간이 일주일이었습니다.


4단계. 전세 시장까지 흔들렸다

 

매매 매물이 폭발하는 동안 전세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이 역설적인 흐름이 중요합니다.

 

서울 전세 매물은 2만 1,807건에서 1만 8,605건으로 14.7% 줄었습니다. 월세 매물도 14.3% 감소했습니다. 2026년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 7,158가구로 지난해(4만 6,710가구)의 58% 수준에 그치는 것도 전세 공급 감소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매매 매물은 폭발하는데 전세 매물은 줄어드는 구조. 이게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의 현재 상태입니다. 매매가는 관망 속에 내리지만, 전셋값은 공급 부족으로 버티거나 오르는 분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

 

이 흐름에서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관심 지역의 매물 증감 추이입니다. 아실에서 지역별 매물 수량을 날짜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물이 빠르게 늘어나는 지역은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는 신호입니다.

 

둘째, 전세가율입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는데 매매가는 내리는 지역이 있다면, 전세가율이 올라가면서 비자발적 매수 수요가 다시 형성될 수 있는 구간에 접근하는 겁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관심 단지의 최근 전세·매매 거래가를 비교해 직접 계산할 수 있습니다.

 

셋째, 5월 9일 이후 보유세 관련 후속 정책입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보유세 강화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매물 증가세가 꺾이고 시장이 다시 반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책 방향이 매물 출회의 핵심 변수라는 뜻입니다.

 

압구정에서 36억이 빠진 매물이 나온 건 시작입니다. 그 충격이 성동으로, 잠실로, 노원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지금부터 단계별로 추적해야 합니다.